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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강아지? 하릅강아지? 무엇이 맞을까?

허구인물 전우치 2023. 7. 16. 13:09

하릅은 1년생이라는 뜻이고,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가 아니라 하릅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말이 맞고, 하릅강아지에서 하룻강아지로 변했다는 근거도 없는 엉터리 말이 있다. 

정약용이 백성이 많이 쓰는 우리 말 속담들을 수집하여 한문으로 적어 놓은 속담 모음집인 이담속찬에 하룻강아지라고 명확하게 나와 있다. 

 

一日之狗 不知畏虎 (하루된 개 범 무서운 줄 모른다)

하로 ᄀᆡ야지 범 무셔운 쥴 몰은다.

- 정약용, 이담속찬(耳談續纂) 1820

 

상식적으로도 1년생 개는 다 자란 개라서 범이 자신을 잡아 먹을 포식자임을 안다. 반면 태어난지 하루 밖에 안 된 강아지는 눈 조차 뜨지 못 해서 사물과 대상에 대해서 알지 못 하기에, 호랑이가 어떤 존재인지 아직 모르므로 무서움 자체를 느끼지 않는다. 아직 인식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인식하지 못 하니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 어떤 대상을 인식하는 수준이 되려면 성숙한 수준으로 자라야 한다.

 

나이를 월로 셀 때는 월령이다. 예로 1년된 소를 12개월령이라고 한다. 연으로 셀 때는 1년생 소라고 한다. 살로 셀 때는 한 살된 소라고 한다. 세로 세면 1세라고 한다. 

 

ᄒᆞᄅᆞᆸ이라는 단어는 문헌상 유일하게 1820년에 발간한 경진신간 내각장판 시경언해에만 나온다. 목차 부분에서 용어 해설에 나온다. 이 판본의 이전과 이후에 발간한 시경언해 판본들에는 목차가 없다. 따라서 ᄒᆞᄅᆞᆸ을 하랍, 하릅, 하롭, 호랍, 흐랍, 흐롭, 흐릅에서 무엇으로 읽어야 하는지 조차도 알 수 없다. 

"豵 ᄒᆞᄅᆞᆸ 돋"으로 표기하고 있는데, 이는 豵(종)이 무슨 뜻인지 설명하려고 쓴 단어다. 따라서 豵의 뜻을 역으로 찾아 보면 ᄒᆞᄅᆞᆸ이 어떤 뜻인지 유추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공자(기원전 551~479)가 편집했다고 알려진 시경에서 주공이 쓴 시라면서 실은 시에 二之日 其同載纘武功, 言私其豵, 獻豜于公(섣달에는 마땅히 함께 무예(사냥)와 공적(사냥물)을 계승하나니, 사사로이 그 종(豵)을 (가지겠다고) 말하여도, 견(豜)을 공(제후)에게 헌상한다네)라고 하였다. 멧돼지 사냥이다.

 

견(豜)의 뜻은 허신(許愼, 30~124)이 쓴 최초의 중국어 사전인 설문해자(說文解字)에 주를 단 단옥재(段玉裁, 1735~1815)의 설문해자주에 나온다. 단옥재는 "전해 오는 말로 3년생 獸(수)를 肩(견: 3년생 짐승)이라고 하는데, 豜(견: 돼지)은 肩(견)의 한 종류이므로 豜(견)은 3년생 돼지라고 한다"라고 하였다. 한편 수(獸)를 짐승이라는 뜻으로 쓰지만, 20세기 초까지 가축이라는 뜻으로도 썼다. 

종(豵)에 대한 최초의 해석은 설문해자에 나온다. 豵生六月豚. 一曰一岁豵. 尚叢聚也(종은 태어난지 6개월 된 돼지다. 일부에서는 한 살을 종이라고 말 한다. 항상 떼 지어 모인다). 따라서 다수는 종을 6개월령 새끼 돼지라는 뜻으로 썼으며, 소수가 1년생 돼지라는 뜻으로 종을 썼음을 알 수 있다. 이후 한나라 모형(毛亨)은 시에 주석을 단 모시(毛詩)에서 종을 1년생 돼지라고 했으며, 명나라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는 6개월령 돼지라고 하였다. 청나라 강희자전에서는 설문해자 등 기존 문헌들의 내용을 실었을 뿐, 어떠한 해석도 따로 내세우지 않았다. 따라서 최초로 뜻을 단 설문해자로 돌아가고, 거기에서부터 이후로의 흐름을 보면 다수는 종을 1년생 돼지가 아니라, 6개월령 어린 돼지라는 뜻으로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1820년에 시경언해를 재인쇄하면서 시경언해본 중에서 유일하게 목차를 실은 발행인이 다수인이 쓰는 6개월령 돼지라는 뜻으로 ᄒᆞᄅᆞᆸ이라는 단어를 썼는지, 아니면 소수인이 쓰는 1년생 돼지라는 뜻으로 ᄒᆞᄅᆞᆸ을 썼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더 해서 ᄒᆞ와 ᄅᆞᆸ 이 각각 독립적인 단어인지, ᄒᆞ와 ᄅᆞᆸ이 합하여 이룬 하나의 단어인지도 알 수 없다.  조선에서는질병 치료와 관련해서 직접적인 본초강목을 중요시 했기에 다수가 종을 6개월령 돼지라는 뜻으로 알고 있었다.


또한
(豵)을 3마리를 낳은 어미 돼지, 새끼 돼지를 지칭하는 뜻으로도 썼다. 그런데 누구도 1년생 돼지를 새끼 돼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돼지의 도축장 출하 월령을 보면 더 확실하다. 그 외 연(年), 해, 세(歲), 살이라는 뜻으로 ᄅᆞᆸ이라는 단어를 한국어 역사상 쓴 적이 없다. 

 

추가로 하루, 이튿, 이듬의 유래를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우리 말에서는 1에서 10까지를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이라고 센다. 30일 한 달간의 날짜를 세는 말은 이 숫자 세는 말과 대응하고 있다. 

 

하나는 하루, 둘은 이튿, 셋은 사흘, 넷은 나흘, 다섯은 닷새, 여섯은 엿새, 일곱은 이레, 여덟은 여드레, 아홉은 아흐레, 열은 열흘과 연결된다. 이어서 열하루, 열이틀, 열사흘, 열나흘, 열닷새, 열엿새, 열이레, 열여드레, 열아흐레, 스무날, 스무하루, 스무이틀, 스무사흘, 스무나흘, 스무닷새, 스무엿새, 스무이레, 스무여드레, 스무아흐레, 그믐을 마지막으로 30일까지 다 센다.

 

조선 왕조 4대왕 세종은 1444년 1월 29일(음력 1444년 1월 1일) 이전에 한글을 창제하고, 1446년(세종 28년) 10월 상순(음력 9월 상순)에 반포하였다. 세종 시기 편찬한 한글 서적들을 통해서 하루와 이튿의 기원을 쉽게 알 수 있다.

 

하루의 기원은 하루(ᄒᆞᄅᆞ)이다.

1447년(세종 29년) 4월에 편찬한 월인석보에 "길헤 가며 須達이 舍利弗 더브러 무로ᄃᆡ 世尊이 ᄒᆞᄅᆞ 몃 里ᄅᆞᆯ 녀시ᄂᆞ니ᅌᅵᆺ고 對答호ᄃᆡ ᄒᆞᄅᆞ 二十 里ᄅᆞᆯ 녀시ᄂᆞ니 轉輪王ᄋᆡ 녀샤미 ᄀᆞᄐᆞ시니라(길을 가며 수달이 사리불과 더불어 묻되 세존이 하루에 몇 리를 여시나요(가시나요)? 대답하되 하루 20리를 여시나니 전륜왕의 여심과 같으시니라)"고 한 대목이 있다. 

현재 우리가 쓰는 하루라는 말은 세종 때 쓰던 말 ᄒᆞᄅᆞ로서, 지금까지 변하지 않고, 이어 온 말이다. 

이튿날의 기원은 이튿날(이틄날)이다.

이튿날 역시 마찬가지다. 1447년에 발간한 월인천강지곡에 "이틄나래 나라해이셔 도ᄌᆞᄀᆡ 자최 바다가아 그 菩薩ᄋᆞᆯ 자바 남ᄀᆡ 모ᄆᆞᆯ ᄢᅦᅀᆞᄫᅡ 뒷더니 【菩薩이 前生애 지ᅀᆞᆫ 罪로 이리 受苦 ᄒᆞ시니라】(이튿날에 나라에서 도적의 자취를 밟아가 그 보살을 잡아 나무에 몸을 꿰어 두었더니【보살이 전생에 지은 죄로 이리 수고하시니라.】)"라고 하였다. 

현재 우리가 쓰는 이튿날이라는 말 역시 원래부터 이튿날이라는 고유한 말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듬해의 기원은 이듬해(이듬ᄒᆡ)이다.

올해를 한자로 此年(차년)이라고 하는데, 이 차, 해 년으로, 우리 말로 하면 이 해다. 즉 올해는 이 해다. 이 해 다음 해를 한자로 次年(차년)이라고 하는데, 다음 차, 해 년으로서, 우리 말로 하면 다음 해이다. 따라서 '이듬해'는 '이 해의 다음 해'의 준말임을 알 수 있다.

이듬해라는 우리 말은 1730년(영조 6년)에 발간한 삼강행실도 언해본에 등장한다. "丞相 文天祥이 元ㅅ 張弘範의그 자펴 가아 腦子를 먹고 죽다가 몯ᄒᆞ야 이듬ᄒᆡ예 張弘範이 文天祥이 ᄒᆞ야 글왈 ᄆᆡᆼᄀᆞ라 張世傑ᄋᆞᆯ 브르라 ᄒᆞᆫ대 닐오ᄃᆡ 내 父母ᄭᅴ 힘 몯 내오 ᄂᆞᄆᆞᆯ 가라쳐 父母ᄅᆞᆯ 叛ᄒᆞ라 ᄒᆞ리잇가(승상 천문상이 원 장홍법에게 잡혀 가 뇌자를 먹고 죽다가 못 해서 이듬해에 장홍법이 문천상으로 하여금 글을 만들어 장세걸을 부르라 하니, 이르기를 내 부모께 힘을 못 내고, 남을 가르쳐서 부모를 배반하라 하리이까)"라고 하였다. 

이듬의 표현을 날에도 썼다.

그 학교 삼년생 녀자 류영긔(16)가 여러 동무와 함께 길가에서 노다가 전긔 허선생이 지나가는 것을 몰나서 경례 못 하였다가 도라올 때에 인사한 것을 앗가는 왜 아니 하엿느냐고 대로하야 이듬날 학교에 온 것을 교실에서 무수히 란타하야 끗내 피를 토하고 그 자리에 긔절하야 쓰러지게 하엿는대 그래서 공의(公醫)을 청하야 응급치료를 하야 목숨은 겨우 살이어 곳 병원에 입원 식혓는대
- 동아일보 1924. 10. 27

그 이듬날도 젊은 중은 張子富의 집안을 차젓다. 또 그 이듬날도 또 이듬날도. 
- 김동환, 별건곤 8호, 1927. 8. 17

 

하로 ᄀᆡ아지 범 무셔운 쥴 몰은다. 정약용, 耳談續纂, 廣文社 1900

 

一日之狗 不知畏虎. 정약용, 耳談續纂 1820